근황 (feat. 시험 하루 전)

하루 남았다는게 참 믿기지가 않고
음
만약 여기서 떨어진다면 진짜,,, 그냥 운명이 아니라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안되면 그냥 한국가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내 성향인진 몰라도 난 잘하려고 할수록, 간절할 수록 더 스트레스 받아서인가 다 안풀리더라고
그냥, 좀 억울해 미치겠는건 화학시험에서 감독관이 시험 8분전에 몇시간 남았냐고 (놀랍게도 의대 시험장에 시계가 하나 없다) 물어봤더니 20분이라고하면서 휴대폰에 11:10 이 써져있는걸 보여줬는데, 알고보니 8분 남은거여서 시험지에 다 푼 문제를 체크 한번못하고 7칸이나 못낸거… 그중에 맞는 답만 5개였다
억울하고 미치겠어서 과호흡도 오고 그랬는데, 주변사람들한테 얘기조차 못할만큼 감정도 안풀리고. 그렇다고 시험이 끝난것도 아니라 그냥 여기다 써본다.
내일 마지막으로 수학이랑 물리만 풀면 결정나는데, 이게 참 씁쓸하고 어이가 없다. 하필이면 마지막시험에 이럴일일까, 싶고 그냥 운명이 아닌가 싶다.
올해 처음으로 바뀐 규정, 생물학 책에 확실하지 않은 합격인원수까지, 과호흡이 오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미치고 팔짝 뛸 상황. 1-2점 혹은 0점차이로 떨어진다고 해도 -아마 높은 확률로 그러겠지만- 삼수는 안할려고 한다. 적어도 1년은 쉬지 않고는 못버티겠다. 나 많이 힘들다.
솔직히 공부보다 더 힘든건 이 대학의 행패고, 선생들의 권력남용이며, 외국인으로서 오로지 이 대학에 아무런 이점도 없이 다녀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더 크다. 대학 들어가기도 전에 이렇게 괴롭히는데 들어가고 나면 오죽할까.
그래도 그동안 잘 버텼다. 스페인어 배운지 단 6년만에 그나라 의대생들과 비길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제 3자가 봤을때는 떨어져도 전혀 이상할리 없는 상황인걸 내 스스로도 알지만, 내가 그 수준이 되도록 내 스스로를 갈고 닦아 이뤄낸, 노력한 그 많은 시간들이 다 무용지물이 된다는게 화가 치밀고 손이 떨린다. 뭐, 욕심이라면 내 욕심이겠지 이것도.
여튼 끝까지 잘 해내고 오자.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 그냥 잘 이겨내보자. 내 자신도, 내 운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