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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잠들지 못한 나는 유령처럼 거리를 내려다 본다.
거리를 지나치는 새벽 세시의 오토바이와 눈 아플만큼 강렬한 클럽의 오색 불빛.
자유럽게 거리를 활보하는 고양이.
그 사이로 비치는 창문너머의, 어두컴컴한 도로 건너 작은 다락방.
먼지쌓인 창가에 조심스레 손을 얹어서, 고개를 내밀자 닿을 것만 같은 그곳으로 거친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렸다.
앙상한 그 나뭇가지에는 조그마한 쪽지 하나가 걸려있았다.
조금 꾸겨진 쪽지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적은 듯한 작은 글씨가 담겨 있었다.
나는 어린날의 내가 자그마한 손을 움직여 감정을 담아낸 것이 이 지워져가는 문자를 남겨낸 것이라는 것에 조금 입꼬리를 올리다, 다시는 찾아낼 수 없도록 한 손으로 조심스레 잡고있던 움켜쥐어 멀리 던졌다.
서늘한 밤 공기, 좋지않은 기분과, 적당히 드는 밤빛은, 무엇이라도 좋으니 이 허무한 감정을 표출하고 싶게 만든다.
닿을것만 같던 그 곳으로 손을 뻗자, 당연한 이치라는 듯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손을 모은다. 눈을 감는다.
소리없이 작게 입을 움직이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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