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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일상/Asunción (2016 - 2022)

by celestinalee 2021. 11. 17.



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 사실 플라워리스트가 꿈이었다.
그냥 꽃을 엄청 좋아했다.
엄마가 너는 미적감각이 없으니 무리라며 초를 쳐서 금방 꺾여 버렸지만.

꽃을 너무 좋아해서 죄다 꺾어두었다가, 언니들한테 혼난 기억이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예쁜걸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노란색꽃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학교 뒷편에 피던 개나리 꽃이 제일 싫었다.
그냥, 저 꽃이 필즈음은 늘 추웠으니 싫다고 생각했던 것 뿐이었다.
민들레는 너무 약해서 싫다. 그리고 민들레 꽃을 꺾을때 흰색 짓물이 나오는게
언젠가부터 피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벚꽃이다.
어렸을때 친한 남자애들이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좋아한다고 놀려댔는데,
울려대는 벌소리에 못 이겨 집을 나서곤, 흩날리는 벚꽃을 주어담아 소원을 빌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교정에 가득한 봄 기운이,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한눈에 들어오면
도저히 슬픈일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파라과이로 떠나는 순간마저도 나는, 내년에는 벚꽃을 보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 뿐이었다.

파라과이에서 나름 좋아하게 된 꽃이 있는데, 라 파초 (lapacho) 라는 꽃이다.
이꽃은 보라색, 흰색, 분홍색이 있는 나무꽃인데,
내가 알기론 아레구아aregua 즈음에 이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만한 거리가 있다던데 아직 가본적이 없다.
언젠가 운전해서 가봐야지.
내 생일이있는 8월에 피는 꽃이라 더 좋아하게 됐다.

한국에 잠깐 갔을때 사실 벚꽃이 너무 보고싶어서 일본에 갈까하는 생각도 했다.ㅋㅋㅋㅋ
왜냐하면 그때가 아니면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한국에서 꽃피길 기다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여서…
시간이 도무지 안나서 결국 포기했지만.

그냥,
여기는 봄이 오는 중이다.
스페인어로 봄은 primavera인데,
나는 이 단어가 너무 예쁜것 같다.
우중충한 날씨를 입춘dia de primavera 이라며 부르는게 조금 어이없긴 하지만.

이번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호텔에서 보낼 예정이다.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는 나름 이곳의 계절도 적응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따금 대학로를 지나며 봄을 만끽하던 그 때가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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